
한 줄 평: 사랑은 멀리서 보면 낭만, 가까이서 보면 파국. 그래도 결국엔 순정.
이 만화에 취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즐길 수 없습니다.
나만의 감점 요소들(섭남이 존재해서 내 가슴을 찢어놓음, 남/여친있는데 여지 줌, 일본답게 양다리나 바람이 가볍게 다뤄짐 등등)이 많은데도 감겨서 신간 꼬박꼬박 챙겨보는 중. 순정의 탈을 쓴 사케 만화라 사케 설명은 이렇게까지 진심일 일인가 싶을 정도로 자세하고 연애사는 뜬금없을만큼 갑작스럽기도 하다.
다른 순정만화에 비해 1권 전개가 정말 비범함. 여주인공 후지이 마츠코가 직장 후배 이마이즈미랑 1권 내내 썸을 타고 사랑의 엇갈림도 해보고 하여튼 둘 위주로 관계성을 보여줬지만 마지막 장에서 이마이즈미한테 여친이 생기는 걸로 끝난다(O.O) 처음엔 뭐 이딴 애가 다 있나 했고 여전히 볼 때마다 미친넘이란 생각이 들긴 하지만그래도 재주행하면 행동원리가 눈에 들어와서 머리론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1권부터 쭉 읽은 후에 적어보는 인물들에 대한 얕은 고찰
1. 이마이즈미는 대체 왜 미모리랑 사귀었는가?
고백받아서. 정말 이것말고는 이유가 없다ㅋㅋㅋ이마이즈미 입장에선 마츠코한테 남친 혹은 그에 가까운 다른 남자가 있다고 생각했고 혼자 들떴던 게 우습게 되어버렸는데(하지만 본인 업보임) 그 사이에 미모리가 대놓고 들이대니 안 사귈 이유가 있나? 도덕적으론(?) 별 문제없지만 인간사 그렇게 딱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껄끄러울 뿐. 순정만화 버프가 있다면 이마이즈미가 순정과 지조를 지켰겠지만ㅋㅋ 이 만화는 그런 만화가 아니다. 본인도 미모리 보험 겸 트로피로 사용되었으니 업보는 대충 치른 셈.
2. 다테라는 캐릭터
마츠코가 이마이즈미한테 0고백 1차임 당한 뒤 만난 남자친구. 마츠코 못지 않은 사케 덕후라 함께 사케를 마시고 감탄하고 찬양함. 우리 관계 연인이 아니고 사케 친구같아요ㅠ하는 위기도 있었으나 대화로 잘 풀어나갔다. 그러나 1권의 이마이즈미보다 더 세심하고 은근하던 복선이 터지면서 설마? 설마설마손나마사카하다가 헤어졌다.
작가가 희한하게 수면자세로 복선을 까는데 다테는 잠버릇이 고약해서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있을 자리에 다리가 있다. 만화 내에서 수면자세가 대강 그 사람 속내를 비춘다고 암시한다. 다테가 앞뒤가 다른 사람이라기 보단 마츠코와 맞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장치였다고 생각함. 마츠코는 현실을, 반대로 다테는 꿈을 좇는 사람이라는 의미같기도 하고. 딱 한 번 다테가 거꾸로 돌아서 깨어나지 않은 적이 있는데 마츠코를 끌어안고 잤을 때였다. 45도 정도 같이 돌아가긴 했지만ㅋㅋㅋ여기에 의미부여를 하자면 다테가 굳건하게 마츠코와 함께할 생각을 했으면 본인의 이상을 달성하진 못해도 다테가 꿈꾼 은퇴후 마츠코와 노년기 사케바 운영 정도는 이루었을지도 모르는데 꿈 관련으로 양보 못하는 성격이라 결국 헤어질 운명이었나보다.
퇴사하고 미국에서 사케 바 사업을 하겠다는 다테의 근미래인생계획(특:확정됨)때문에 둘은 헤어지는데 그동안 은근슬쩍 다테의 꿈이 나오긴했지만 진지하게 얘기한 건 모든 일이 결정된 이후라는 점이 좀 놀라웠다. 부모님도 소개시켜드린 여친이면 사실상 결혼을 염두해두고 있단 뜻인데 그런 사람이랑 미래 이야기를 안 해..? 냅다 사직서 내고 아련하게 나 미국가는데 같이 갈래?라고 말하면 어떡하냔 말이다. 무슨 이유에서든 혼자 결정해버린 다음 상대방은 올라탈 수밖에 없는 이지선다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고 마츠코랑 같이 머리싸맴. 하지만 다 헤어진 마당에 차마 주지 못한 프로포즈링을 꺼내는 걸 본 순간 끼야야약하면서 착잡해졌다. 행복해라.
이 만화의 교훈: 순정 만화 버프에 속아 쎄한 기운을 놓치지 말자.
3. 마츠코가 좋아하는 사람
솔직히 두 개의 심장이 아니었는지. 다테를 사랑한 것도 진심이지만 동시에 이마이즈미한테 끌렸던 것도 사실이라고 본다. 이마이즈미랑 다테한테 동시에 밥 먹자는 연락이 오면 다테한테 가면서 이마이즈미가 식사 초대한 이유 잠들기 전까지 생각할 것 같음. 그 다음날 이마이즈미가 ? 별 일 아니었는데요. 하면 화내는데 왠지 아쉬워하다가 무슨 생각하는거야...! 이러고 마음 다잡을 재질
반대로 이마이즈미랑 사귀는데 다테가 끼어들면 마츠코가 흔들렸을까? 아니었을듯. 대신 다테의 수많은 여사친 중 하나가 되었을 것 같다. 다테랑 연애하게 된 계기도 이마이즈미때문에 연애세포에 불 들어왔는데 세포 죽기 전에 나타난 조건 좋은 남자라서 그랬던 게 아닐까. 이마이즈미가 미모리랑 물 흐르듯 사귄 것처럼 마츠코도 다테같은 남자가 어필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모두에게 다정해서 전여친마저 여사친으로 두는 다테때문에 스트레스 받아하지만 마츠코 너도...만만치 않았어.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당당하긴 어렵지..? 다테가 미국으로 가는 바람에 아름다운 이별을 했지 아니었으면 아찔하다. 널 좋아하지만 그건 좀 아니었어.
4. 이마이즈미 귀엽다

잔망스러운 연하남에게 홀렸습니다.
잊으면 안 됩니다. 결국 이마이즈미도 순정만화의 남주였음을. 현실이었으면 도시락 싸들고 말려야하는데 남자 주인공이잖아요. 1권부터 다시 보면 얘가 마츠코를 언제부터 어떻게 얼마나 진심으로 좋아하게 됐는지 그래프로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웃김. 어느 순간부터 시선, 행동이 전부 마츠코를 향해 있어서 구분하기 쉽다.
미모리한테 거울치료 받은 건지, 마츠코가 남친 생겨서 위기감을 느낀건지, 시간이 흘러서 마음이 짙어진건지 알 수는 없지만 미모리랑 헤어지던 시점을 계기로 마츠코한테 진심이 된 걸로 보인다. 마츠코랑 이마이즈미가 사귀는 걸 보다보면 구여친이 연애할 때부터 거슬렸던 남사친이랑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가상의 인물이 된 느낌이지만 양심은 살포시 접어둘게요 머리를 비우고 흐름에 취하십시오. 깊게 생각하지 않을수록 행복하다.
뭘 해도 시큰둥할 것 같은 애가 사케도 마츠코씨도 어느 순간 좋아졌더라고요...를 술 마시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말해버리는데 그냥 마츠코를 이해하게 됨. 귀여우면 끝난거야. 마츠코가 마시고 싶은 사케 알아내서 응모도 하고 깜짝 선물로 대령하고 마츠코 동생네 가족 만난다니까 조카들 선물까지 취향맞추어서 골라오는데 어떻게 사랑을 느끼지 않을 수 있나요. 결국엔 순정 남주. 한 번 사랑에 빠지니 헤어나올 수 없죠? 결혼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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