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무리
카테고리
작성일
2023. 3. 9. 22:27
작성자
유테

23살 성인이었다가 갑자기 어려진 스바루와 그의 연인 미오의 판타지를 곁들인 힐링 로맨스.

 

스바루에게 얽힌 이야기나 전개가 충격적이라 꾸준히 봤는데 마지막까지 왜 스바루는 몸이 어려졌는지, 이 굴레를 어떻게 회피한 건지 명확하지 않다. 그 부분이 아쉬웠지만 몸이 어려진다는 판타지 설정 빼고 전부 일상에서 크게 벗어난 요소가 없었기 때문에 마지막권 통째로 감정선에만 집중한 연출이 작품과 잘 어울렸다. 미오와 스바루가 행복하다면 ok입니다. 

 

처음엔 스바루와 미오 감정선만 따라가게 됐는데 후기 쓰려고 뜨문뜨문 다시 읽다보니까 스바루의 어머니인 쿠로에가 가장 신경쓰이는 캐릭터가 됐다. 23살 아들이 갑자기 12살이 된 말도 안되는 현실에서 누구도 믿어주지 않고 남편마저 포기하고 떠났는데 아들한테 할머니라고 불리는 것도 감내하면서 같은 자식을 세 번씩이나 키워낸 어머니...엄마가 이렇게 사랑으로 키워놨더니 미오보고 빛처럼 따스하고 어쩌구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 저쩌구라는 스바루...자식 키워봤자 하등 소용이 없다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자꾸 미오가 스바루의 빛이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걸 강조할 때마다 찜찜했다. 스바루 부모님이 나쁜 사람도 아니었고 행복했다면서 평범했기 때문에 특별히 소중하지 않았다식으로 말할 때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연인이나 가족이나 각자 다른 범주에서 소중하고 행복을 주는 존재들인데 미오가 없던 삶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하는 부분들이 인생 전체를 스바루한테 바친 쿠로에를 아무것도 아닌 걸로 만들어서 가슴 찢어진다. 미오랑 스바루의 관계가 특별하다는 것에 이의는 없지만 좀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다.

 

미오를 만났기 때문에 소중해서 미래를 바라는 스바루...가 작가가 꾸준히 말하고자하는 바 같지만 문제 해결의 열쇠가 나의 모습과 삶에 대한 긍정으로 보인다. 특히, 스바루의 이상 현상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굳이 밝힌 부분에서 강하게 느꼈다. 미오도 스바루도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는 걸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장면같았기 때문이다. 세 번씩이나 어려지게 된 이유에 관해 누구나 한 번씩 겪는 불합리한 사고같은 걸로 넘어가려는 대사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주제를 생각해보면 또 납득이 된다. 판타지적 과장을 섞었다고 치면 그런 불합리함 속에서 부족한 오늘을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어제에 묻고 내일을 바라는 모습을 스바루를 통해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스바루였기에 처음으로 스물네 살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스바루와 미오처럼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내용까지 들어있는 꽉 닫힌 해피엔딩.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가볍게 읽기 좋은 따듯한 만화.